시. 좋은글들

<퍼옴>봄비가 내렸다

스위스취리히 2010. 8. 9. 05:49

        봄비가 내렸다.


        봄비가
        겨울 동안 얼고 황폐해진 땅을
        따스하게 감싸듯 내리고
        봄비는 봄의 전령사인 꽃들에게는
        부드럽고 사랑스러움을 전하고 있다.

        봄이 오면 “春風은 女心을 흔들고”
        라는 글월을 항상 보면서
        왜 봄은 여성들만의 것인 양 이렇게
        야단일까!
        남성에게는
        춘곤증이라는 부질없는 명사로
        대치되는 이유가 항상 봄이 오면
        이것이 불만스럽다.
        나도 봄이 오면 내 마음에 흔들림이
        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.

        그런데 어제는
        이 봄비가 모든 일에 싫증난 사람이
        투정을 부리듯 여름철에 내리는 비처럼
        왔다.
        봄비도
        나의 고통을 씻어 버릴 양 내린 것이
        아닐까?
        부질없는 나의 바램이 아닐는지!

        봄은 이 丁亥年의 출발점이 아닌가!
        우리들은 모든 행사 전 즐거운 음악으로
        시작되는 광경을 보고 알고 있지 않은가!

        그런데
        수년 동안 나는 이 봄을 항상 오고 가는
        한 계절로만 생각을 해오면서 지나온 것
        같다.
        세네카의“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
        불평을 하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
        것처럼 행동한다.”는 글을 읽으면서
        나 자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.
        어찌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참회록이 되어
        버린 기분이다.

        나는 이번 봄에는
        멘델스존의 음악처럼 경쾌하게 예쁘게 핀
        꽃들 같이 우아하고 밝은 얼굴로 웃음을
        나누어 주고 잠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
        가지면서 내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할 때도
        있었고 더러는 왜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,
        반성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.

        “자신을 징계하여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긴다.”
        는 詩經의 말씀대로 봄을 뜻있게 보내기 위해
        시간을 금과 같이 아끼라는 뜻의 惜時如金을
        마음에 새기면서 덧붙어 올해의 봄은 다시
        오지를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.


        2007년 3월 30일

        恩中 박칠성 (퍼온글)